허름한금은방

[허름한금은방]프리워커스(FREE WORKERS)

흔흔 2021. 8. 7. 18:13

나는 소설을 좋아한다. '소설 속 인물은 작가의 지능을 뛰어넘을 수 없다.'라는 말에 '아, 그렇겠구나!'를 깨달은 이후에는 더 그렇다. 모든 소설 작가는 천재처럼 느껴져서 하나의 소설책은 한 천재가 글로 그린 작품으로 와닿는다. 천재의 세상을 읽는다는 게 책의 가장 큰 매력 아닐까?  (다분히 유흥적인 독서취향).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에세이나 자기 계발서는 좋아하지 않는다. 묘하게 미화된 개인의 삶을 적나라하게 보는 것이 불편할 때도 있고, '이렇게 살아야 한다!'라는 주제를 반박하고 싶은 배배 꼬인 심보의 소유자라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프리워커스

프리워커스는 모베러웍스의 브랜드 북이다. 이 회사가 만들어내는 콘텐츠들을 좋아하는 팬들을 '모쨍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우리 회사에, 내 주변에 이 '모쨍이'들이 많다. 그래서 나는 모쨍이들이 모베러웍스를 좋아하는 이유들을 먼저 듣고 이 회사를 알게 되었으니, 잘 모르지만 위트 있고 힙한 일을 꾸미는 회사구나 정로도만 이해하고 있었다. 당연히 모쨍이들은 이 책을 나보다 훨씬 먼저 읽었고 "읽으면 퇴사하고 싶어지는 책", "일에 대해 재정의를 내려보게 하는 책" 정도로 정의했었다. 퇴사 뽐뿌가 심하게 오는 책이라니, "안돼요, 읽지 마세요. 금서지정~~!! 퇴사금지~~!!" 하고 외쳤었던 기억이 있다.

 

기록의 힘

이 책을 두어 장 읽고선 '허름한금은방' 주제를 던졌다. 이 책이 계기였던 것은 아니다. 그냥, '글이란 걸 써보고 싶다.' 더하기 '글이란걸 써보고 싶은 친구들이 있겠다.'의 타이밍이 맞아서 글 모임을 시작했다. 그 시기에 프리워커스가 걸쳐있었을 뿐. 그런데 이 책에서는 '기록'의 중요함에 대해 설파한다. 글모임은 100% 사적인 취미이지만, 이를 통해 나도 더 선명해질 수 있을까?

 

마치 나무들이 모여 숲을 이루듯 우리의 기록들이 모여 팀 전체의 맥락을 이룬다. 우리는 나무를 많이 심을수록 숲이 더 짙은 빛을 낸다고 믿는다. 기록이 쌓일수록 우리는 더 선명해진다.

 

브랜딩

책을 읽으면서 알았다, 아하 '지옥에서 온 브랜딩 전문가'로 본인들을 소개했었구나. 브랜딩이 뭘까? 브랜딩이 뭔지 보여주는 사람을 아직 만나보진 못했다. 나는 스타트업 재직자이기에, 브랜딩에 관한 고민을 팀멤버로서 함께 고민했었지만 그때도 지금도 브랜딩은 여전히 '음 글쎄 어렵네?"의 영역이다.

 

브랜딩을 위해 서비스의 페르소나를 정의하고 그 페르소나의 이미지에서 브랜딩을 시작하기도 했었다. 서비스의 타깃 이미지를 모으면 서비스의 브랜딩이 될 수 있는 걸까? 좋은 시도였다고 생각하지만 이내 흐지브지되었다. '우리는 이런 회사예요 (나는 이런 사람이에요.)'를 꾸준히 외치면서 각인시키는 것이 브랜딩의 시작 아닐까.라고 요즘은 생각한다. 물론 답은 아니겠지만

 

책 커버에 자리잡은 프리버드, 모조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 커피 브랜드를 만들듯,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브랜드를 만든 것이 모베러웍스라고 한다.

회사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노동자, '프리워커스(freeworkers)'라는 콘셉트를 만들었고 최종적으로 '더 나은 일(More Better Works)'이라는 뜻의 브랜드명 모베러웍스(Mobetterworks)가 만들어졌다.

브랜드를 만들고 나서 '실체'를 고민했다니, 신기했다. 이런 역발상이 존재할 수 있구나. 그 실체는 모조라는 마스코트가 생기며 티셔츠, 사무용품 혹은 맥주 등 곳곳에 녹아들었다. 다만 물건을 파는 게 아니라 메시지를 파는 브랜드, 일에 관한 위트 있는 메시지들

 

이성보다 이상

이어질 내용은 투머치 공감되어 남겨두는 이야기이다. '이상주의자' vs '현실주의자'에서 나는 아무리 사회의 때를 타고 회사에서 굴러도 '현실주의자'를 택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왠지 회사에서는 '이상주의자'라는 단어가 '일을 못한다'와 동치로 쓰이는데, 괜스레 섭섭한 마음이 든다. 섭섭해하면서도 회사에서는 마음속 '이상'을 슬쩍 숨겼던 순간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올랐다. 잘 숨겨졌는지는...나도 잘 모르겠지만

 모베러웍스 팀멤버들 MBTI의 세 번째 글자는 모두 'F'하고 한다. 나 역시 'F'eeling의 F를 가지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이성적 판단을 내리기 위해 노력하는 직장인으로서 아래 내용은 뜬금없이 위로가 되었달까.

팀에 논리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 조금 섬뜩하긴 했지만 그게 우리의 성향이라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
완벽한 결과를 가져오지 못하더라도 모자란 과정 속에서 함께 울고 웃는 매일을 즐기는 일이 우리에겐 더 중요하다. 너무 많은 생각(think) 속에 허루적거리는 하루보다는 필(feel) 충만한 하루를 보내는 게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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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이 책은 어떤 책이었을까? 지금 나의 삶과 맞닿아있어서 너무나도 공감이 가는, '뻑뻑뻑!' 아빠 박수를 치는 책은 아니었다. 다만 좋았던 것은 '성공하는 팀의 5가지 법칙' , '이렇게 일해야 한다.'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는 이렇게 일했는데 이건 재밌었어, 이건 실패했어.'라는 소탈함이다. 그 소탈함 속에 우리는 우리의 길을 찾았다는 메시지가 은근히 풍겨오는 점이 좋았다. 동시에 일 욕심이 있다고 말하고 다니는 나는 어떻게 지내고 있는가 돌아보게도 되었다. 일 적 성장보다는 태도를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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