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봤던 것을 다시 보는 '정주행'을 자주 하는 편이 아니다. 봤던 것을 또 본다기보다는 새로운 다른 것을 보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내가 유일하게 여러 번 보고, 안 봐도 틀어놓고, "뭐 볼까?"를 10분 이상 고민할 때 재생하는 영화는 유일하다.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영화의 스토리를 아주아주 줄여본다면, 어릴적 부모를 잃은 기억(그런데 불완전함을 곁들인)을 가진 피아니스트 폴 마르셀. 그가 마담 프루스트를 만나면서 기억을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아무래도 너무 줄인 것 같은데, 스포싫어맨인 나는 어쩔 수 없다.
이 영화가 개봉했을 2013년 대학로 CGV의 지하 1층 상영관에서 봤던 것으로 기억한다. 정말 웃기게도 나는 이영화를 보면서 앞 10분 중간 10분 뒤 10분을 빼고는 숙면을 취했다. 피아노 소리가 너무 달콤해서 말 그대로 꿀잠을 잤다. 무슨 내용인지 당연히 전혀 기억을 못 하지만, 우습게도 다 보고 난 뒤의 감상이 너무 좋았다.
집으로 돌아와 OST 앨범을 사려고 찾아봤었고, 프랑스에서 수입해와야 했어서 일단 포기하고 재입고 알림을 넣어뒀었다. 그리고 2년쯤 지났을까? 재입고 알람이 떠서 앨범을 구매했었다. 앨범을 기다리며 영화를 VOD로 구매해서 봤던 것으로 기억한다.
처음 영화관에서 봤던 중간 10분 중에, 우스꽝스러운 개구리 밴드들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있었던 게 기억이 나는데, 그래서 그때 대체 그 개구리들은 뭘까, 이 영화는 뭘까 했었는데. 다시 보니 맥락이 다 이해가 되었다. 당연하지, 그때는 영화를 렘수면 상태에서 듣기만 했었으니까ㅋㅋㅋㅋㅋㅋㅋㅋ 영화를 다 보고, OST 앨범을 더 기다리게 되었다.
그리고 2019년, 마담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이 재개봉을 했다. 재개봉은 못 참지! 전날 잠을 충~분히 자고 영화관에 갔다. 큰 화면이 뿜어내는 색감과 풍부한 사운드가 영화의 맛을 더 살려줬었다. 너무 행복했음에도, 사실은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가 주는 ASMR 느낌과 우쿨렐레, 피아노 소리가 합해져서 또 잠이 올 것 같았던 난관이 있었다. 그 뒤로 수시로 BGM처럼 이 영화를 틀었다. 끝까지 다 못 봐도 그냥 껐다. 중간부터 틀어서 보기도 했다. 내 빈시간 메이트인 어여쁜 영화.
그리고 2021년, 금은방의 글감으로 '최근에 본 영화'를 제안하며 이 영화를 또 틀었다. 사실 전날 와인과 함께할 영화로 이영화를 찾았고, 글감 제안 담당임을 깨달았으니 순서는 조금 다르지만 어쨌든.
영화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명확하고, 영화의 도입에서 명시한다.
기억은 일종의 약국이나 실험실과 유사하다. 아무렇게나 내민 손에 어떤 때는 진정제가 때론 독약이 잡히기도 한다. -마르셀 프루스트
당신의 기억은 안녕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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